2018년 CFA LEVEL I 합격 후기: 김 *(경영 15)
막연히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보냈던 1학년을 지나, 2학년 초 듣게 된 재무관리 수업을 통해 저는 마케팅이나 인사보다는 재무 분야가 저와는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앞에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었기 때문에 저는 또 다른 고민의 시간을 보내며 대학에서의 두 번째 해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관련 진로를 탐색하려고 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제 주변에는 재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동기나 선배들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무와 관련된 공부를 더 하려면 도대체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금융권 관련 직무는 어떤 것들이 있고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담임교수 면담 시간에 교수님께 저의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국제금융 스터디 반에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CFA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CFA에 대해 이전에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막연히 어려운 시험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을 준비했던 선배들의 경험담에 용기를 얻게 되었고 더불어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다는 저의 마음 또한 큰 동기가 되어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CFA 시험은 10과목으로 양이 많고 특히나 번역본이 없어 영어로 된 두꺼운 교재를 몇 권씩이나 정독해야 합니다. 또 공부하는 내용 자체도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는데 굉장히 꼼꼼해야만 하고, 그만한 집중력이 필요하고, 규칙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저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었지만 내용자체가 굉장히 압축된 강의이고, 또 CFA 시험에서 다루는 내용이 워낙 광범위 하기 때문에 기초가 부족한 과목 같은 경우에는 강의내용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경제 과목은 특히나 경영학부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학원론 수준을 한참 넘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것인지 수학적으로 증명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저는 원론 시간에 사용했던 책과 더불어 시중에 나와 있는 미시경제에 관한 얇은 책들을 여러 권 찾아보면서 강의로만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메워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통계 과목 또한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전에 들었던 경영통계 수업을 다시 청강하면서 통계에 대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생긴다면 빨간색 스티커를, 의문이 생긴다면 파란색 스티커를 붙여 스터디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하거나 인터넷이나 다른 책들을 찾아보면서 하나하나 스티커를 떼어내는 과정 또한 반복했습니다. 자그만 부분이라도 빠짐없이,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강의를 듣기에 앞서 기초를 튼튼히 하고, 광범위한 내용이지만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이 이 시험에 합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CFA 강의, 그리고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를 비롯해 제가 그 과목에 배웠던 모든 내용들을 종합한 단권화 노트를 만든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CFA를 공부하게 되면 보통 협회에서 나오는 커리큘럼 북을 요약해 놓은 책(슈웨이저 노트)을 통해 공부하게 되지만, 요약본 자체도 내용이 많아 한눈에 보기에는 힘든 점이 많습니다. 노트를 만들 때는 한눈에 찾아보기 쉽게 한국어 타이틀을 달아 정리함과 동시에 내가 부족한 내용이나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필기하였습니다. 특히나 10과목을 1회독 하고 나서 다시 첫 번째 과목으로 돌아왔을 때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은 기억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해 조금 더 신경 써서 복습할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또 내용을 몇 회 정도 복습한 이후에 문제를 풀면서도 노트에 추가할 내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늘 노트 마지막 부분을 조금 비워두고 정리하곤 했습니다. 실제로도 문제를 풀면서 유의할 내용이나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생긴다면 그 부분의 노트 아래에 추가하면서 계속 노트 정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CFA 특성상 시험 과목이 많고 반면에 잘 정리된 교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노트를 만들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또, 노트는 비교적 얇기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 통학하는 시간, 수업 시작 직전 강의실에서 등에서 틈틈이 꺼내어 보며 복습하기에 굉장히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이 점점 다가오면서 저는 단권화 된 노트를 또 한 번 요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험 당일 시험장에서 노트 두 권을 꼼꼼히 읽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A4용지에 과목별 목차를 크게 적고 그 밑에는 각종 공식과 잊기 쉬운 용어들을 적어나갔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내용의 복습은 물론 시험 당일 아침과 점심시간에 손쉽게 볼 수 있는 노트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집중하는 일은 고등학생이었던 그때는 물론 지금에 와서도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가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저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한번에 많은 시간 공부를 하기보다는 장소를 옮겨가며 공부해보기도 하고, 한 시간을 공부하고 나면 꼭 10분 쉬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또 맘껏 놀지 못하는 대신에 어떤 날은 학교 뒤편 바다에 가서 바다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저 자신에게 나름의 보상을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다 보니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게 되고, 도서관에 가게 되고 또 정말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무리하게 공부량을 늘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천천히 자신만의 공부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서 또 하나의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참 좋은 공부였지만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축하의 한마디로 시작하는 이 합격증을 받기 저를 괴롭게 하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스스로 만족할 만큼 공부를 하지 못했던 날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어떤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인 것만 같아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저 포기하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고, 즐거움과 어려움이 함께했던 이 시간을 통해 저는 CFA level1 합격과 더불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얻게 되었습니다.
이 시험에 합격하는 일은 저에게 늘 꿈과 같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멀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고,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자신일 뿐이라고 합니다. 처음 도전할 때의 용기를 잃지 않고 그저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그 목적지에 우리는 꼭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시험을 준비하시는 모든 학우분들 화이팅! 😊